톰 소여의 모험, 마크 트웨인
톰 소여의 모험 / 마크 트웨인 / 시공주니어
이 책은 주로 소년 소녀들을 위해 쓰여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어른들이 이 책을 멀리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어른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이 어떠했으며, 그때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했으며,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이상한 일에 정신 없이 몰두했는지를 다시 한 번 즐거운 마음으로 되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기 때문이다. - 머리말에서.
이런 마크아저씨의 정신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는 톰 소여의 모험을 읽어야 한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책을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 얼마나 짜릿하고 즐거운 경험인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너무나 좋아해서 닳고 닳도록 읽었던 책 그리고 지긋지긋한 전공 공부를 할 때도 내 눈을 반짝이게 해줬던 제목, 내겐 톰 소여의 모험이 그랬다. 늘 전공을 지겨워했던 난 영미소설 수업 시간이면 주어진 텍스트를 가지고 내 멋대로 각색을 하곤 했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재밌게 각색했던 것이 바로 이 톰 소여의 모험이었다. 나를 톰 소여로, 친한 선배를 흑인 노예 짐으로 바꾸어 이야기를 다시 쓰다보면 어느새 이 모험의 주인공이 실제로 내가 된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후에 그 선배는 그 때를 떠올리며, '네가 구조론 시간을 개조론으로 바꿔놓곤 했었지'라고 말했다. 구조론이라.... 그게 뭐였지?
두꺼운 책이나 무거운 책을 읽고나면 조금의 휴식이 필요하게 된다.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책들에 내가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 한숨을 크게 내쉬며 책장을 둘러보다가 톰 소여의 모험에 눈이 간다. 머리와 마음에 음표를 새기는 것으로 이 만한 책도 없지, 라고 생각하며 냉큼 책을 뽑아든다. 그리고 어느새 톰의 모험에 빠져있는 나를 발견한다.
늘 말썽부릴 일만 찾아다니는 것 같은 톰은 넘쳐나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도 빠지고 어른들이 걱정하는 일만 골라서 하게 되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따뜻하고 고운 마음씨를 가진 아이이다. 이모를 걱정할 줄도 알고, 누구보다 의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또 베티에 대한 마음은 어떻고. 기발하고 재기넘치는 생각은 때로는 정도를 넘어서서 폴리 이모도 여러번 울리고 마을 사람들을 걱정바다로 만들지만 뭔가 중요한 교훈 혹은 중요한 사건을 하나씩 가지고 돌아온다. 그의 가장 좋은 친구 허크와 함께 말이다.
교회나 학교 교육, 나아가 흑인 노예 제도의 비판까지 구석구석 풍자적 요소가 숨어있어서 독자를 더 집중하게 만들고 유쾌하게 빠져들게 만든다. 책에 있는 타국의 문화에 대한 풍자에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만은 다르다. 이해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는 걸 제대로 알 수 있게 한다. 그냥 톰과 허크와 함께 신나게 즐기다 보면 에이, 어른들이 저러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 저건 아니거든!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그러면서 내가 톰이었을 때의 그 나이, 그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 때엔 세상 모든 것이 얼마나 활기찼고 신기해 보였는지. 한 권의 책으로 그 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마크 아저씨, 땡큐 베리 마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