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sa R3a] 060501 성수동1가
성수동에서 위를 올려다 보면 이렇게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전선들로 이루어진 전봇대를 쉽게 볼 수 있다.
몇년 전인가.. 아직 20대 중반이었을때 (후반이었나?) 서울의 성수동에서 몇 개월간 살았었다.
(왜 아무 연고지도 없는 낯선 곳에서 혼자 살게 되었는지 설명하자면 얘기가 길어지고 또 그다지 재미있는 얘기도 아니므로 패스~)
이 집의 방 한 칸을 빌려서 살게 되었다.
입구에 부엌이 있었고 (그냥 수도꼭지가 하나 있을 뿐 별다른 부엌설비 같은 건 없었다) 창호지로 된 미닫이문을 열면 방이 나오는 구조였다. 전형적인 '도시빈민'의 월세방이었다.
방은 두 평 정도의 크기로, 밥상 하나를 놓고 그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책꽃이 하나를 놓으면 한 사람이 눕기에 딱 알맞은 공간이 남는 작은 방이었다. 작은 60W 백열전구 하나가 유일한 조명이었다.
전체적으로 허름한 동네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허름한 집은 그 골목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울 정도로 '특별히' 허름한 집이었다. 천장에선 쥐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리고, 방안엔 개미떼가 줄을 지어 다녔다. 어느날 자다가 벽을 기어가는 지네를 보고서는 너무 놀라서 개미와 지네를 박멸한다는 약을 사다가 놓기도 했다.
늦은 밤에는 노래를 부르며 걷는 취객들의 소리가 골목을 향해서 나있는 창을 통해서 들어왔다.
강변북로밑으로 나있는 굴다리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한강고수부지, 그때는 뚝방만 있는 조용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나 있어서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다.
지금은 혼자 조용히 도스또예프스끼를 읽기에 적당한 곳은 아닌 것 같다.
꼭 이 동네가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5분만 걸으면 한강이 나왔다. 집에 있는 날이면 나는 담배를 가지고 밖으로 나와서 한강변에 앉아 책을 읽었다. (두껍고 지루하지 않으면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라서 주로 도스또예프스끼를 읽었다)
강건너로 삼성동의 고급아파트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저 비싼 동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동네가 이렇게 허름한 곳이라니 그때는 아이러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뭐 거기에 대해서 별다른 느낌은 없다. 그냥 하나의 사실로 느껴질 뿐.......
좁은 통로 (강변북로 아래쪽으로 나 있는 보행자 통로) 를 걸어서 나오면
갑자기 탁 트인 한강을 마주하게 된다. 상당히 극적인 효과......
비오는 밤에 이 길을 걷고 있는데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던 여자아이가 '불 있어요?' 하고 말을 걸어왔었다.
20대초반 정도의 나이였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비를 맞으며 걸었는지 머리카락과 옷이 젖어 있었다. 그리고 손으로 쓴 악보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악보도 물론 비에 젖어있다)
영화라면 여기서 따뜻한 로맨스가 시작될지도 모르지만 현실은 영화나 소설처럼 재미있지 못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각자 갈 길을 갔을 뿐......
좁은 2차선의 도로.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리어커, 행인 등이 섞여서 다닌다.
좁은 길이지만 노선 버스까지 다니는 길.
활어횟집...
동네 사진관 매트에 누워 졸고 있는 강아지
뭔가 못 마땅한 듯, 계속 기분나쁜 표정을 짓고 있던 고양이
이 동네의 모든 담벼락에는 예외없이 '주차금지' 라고 쓰여있다.
'무단 주차하면 차량이 파손되거나 견인되어가도 난 모른다' 고 하는 정도는
상당히 점잖은 협박에 속한다.
성수동에는 소규모 제조업 공장들이 많다.
이런 저런 모형을 만드는 공장앞에 놓여있던 말의 모형.
이런 장면을 찍을 수 있는 기회란 그리 흔하지 않다.
허둥지둥 카메라를 꺼내서 눌렀는데 초점도 안 맞고 많이 흔들렸다. ㅜㅜ
동네 놀이터에 있는 오래된 나무. 상당히 크다.

다른 동네 보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원래는 그 해 겨울을 이 곳에서 날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11월의 어느 날. 밤새 추위에 떨다가 견디지 못하고 집을 옮겼다.
몇 개월간 준비를 했던 회사의 공채시험에서 떨어지고,
사귀던 여자친구와도 멀어졌다.
사두었던 주식은 반토막이 되었다.
인생에 굴곡이 있어서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을 그래프로 표현 할 수 있다면 지금이 '바닥' 일것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암담한 청춘의 마지막이었다.
하루키의 '치즈케弱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