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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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태백산맥 / 조정래 著

[책]태백산맥 / 조정래 著


2008.08.26 평점

 

1

지난 포스트를 뒤져보니까 8월 말부터 태백산맥을 읽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주로 주말에 많이 읽고 주중엔 잠자기 전에 잠깐씩 읽는 정도였는데 두달이 걸렸네요. 역시 10권짜리 대하소설이다보니 읽는데도 오래 걸립니다.^^ 태백산맥을 처음 읽은 건 아마도 90년대 중반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태백산맥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지하철을 타면 한칸에 한두명 정도는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볼 수 있을 정도였죠. 저도 당시에 누나네 집에 있던 것 혹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지요. 그리고 10여년 지나서 무슨 바람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는 7월인가에 큰 맘 먹고 세트를 구입했습니다. 30%할인해서요^^ 읽고 나서 느꼈던 건 이 작품의 놀라움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대단하다는 것이고, 역시 10여년이 지나서 읽어보니 그때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들도 가지게 되는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2

이 작품은 빨치산을 반공이데올로기의 시선이 아닌 빨치산의 입장에서 그렸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심지어는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소송까지 제기되었으니 당시 작품이 가졌던 센세이션은 대단한 화제였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태백산맥'의 핵심은 빨치산의 투쟁 과정이 아닌 투쟁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왜 그들은 빨치산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 왜 그들은 목숨을 걸고 입산을 하게 되었는가. 바로 이 문제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요. 일제치하를 견디고 살아남아 새로운 세상을 꿈꿨지만 결국 그놈이 그놈으로 남아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가령 일제시대의 순사가 그대로 아니 오히려 더 높은 직급으로 순사가 되어있거나, 일제시대의 지주가 여전히 지주가 되어 지주-소작인의 지배-피지배관계가 전혀 해소되지 않거나, 독립운동하던 사람들이 빨갱이로 몰려 해방후에도 친일파에게 고문을 당해야했던 그런 말도 되지 않고 이해할 수 없었던 역사적 흐름이 바로 빨치산을 낳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하대치와 같은 인물이 결국 원했던 건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다는 이념으로서의 '공산주의'라고 거창하게 부르기 보다는 부조리로 가득했던 해방후 남한사회를 좀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제시대보다 좀더 나아졌다고 부를 수 있는 그런 진보된 사회로 만들고 싶은 심정이었을겁니다. 그래서 책에서 주로 드러나는 양상은 지주와 소작인의 갈등, 친일파와 민족주의자의 갈등같이 그 당시의 상황에서 모두가 겪어야 했던 모순된 모습으로 가득찹니다. 그리고 그런 모순은 사람과 사람의 갈등을 넘어 자연 하나하나의 모습에 담아내는 필력으로 자연이 담고 있는 그때의 사회를 그때의 남한사회를 들여다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모순과 부조리로 점철된 해방 후 남한사회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릇된 것이었을까. 형제임에도 이데올로기로 나눠져야했던 염상진과 염상구의 모습에서 우린 어느쪽에서 정의를 만나야하는가. 아마도 국가보안법으로 소송을 제기하던 이들이나 이승만을 국부로 모시는 이들에게 당연히 자유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했던 빨치산이 정의일리는 없겠지만, 오히려 이 책이 말하는 것은 그 모순된 사회를 넘으려 했던 이들의 치열함 삶. 그리고 그 치열한 삶이 있었기에 나아갈 수 있었던 역사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요. 인민 하나하나가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동무가 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투쟁, 최소한의 노력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 혹은 형의 잘린 머리를 볼 수 없었던 염상구의 모습처럼 결국 대립과 갈등을 넘어선 화해의 길을 찾고자 했던 건 아닐까요.

 

3

민중가요 가운데 '민들레 꽃처럼'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에 나오는 가사에 '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 그 때 죽어갔던 많은 인민들. 좀더 나은 세상을, 해방의 봄을 만들고자 했던 그들의 열망은 민들레를 닮은 것 같습니다. 또다른 하대치, 또다른 솥뚜껑, 또다른 외서댁, 또다른 천점바구의 모습은 민들레를 닮은 것 같습니다. 그 민들레 홀씨가 뿌려지듯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도 퍼져가기를. 그리고 그 열망이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는 길에 골고루 뿌려지기를.

 

2010/01/19 12:19 2010/01/1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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