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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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산을 울리는 파도소리

산을 울리는 파도소리


 

 

밤새 내린 비로 웅덩이에 흙탕물이 고여 있고

풀잎에 투명하게 맺힌 빗방울거미줄에 미세하게 매달린 물방울이

구슬을 꿰어 놓은 듯 말갛게 빛이 나며

 

하늘엔 잿빛구름 시름없이 흐르고

산을 타고 피어나다 스러져가는 푸른 안개

강풍强風에 짙은 녹 빛에 잠겨 무성해진 나무들이

온 가지를 흔들어 대며 몸부림치던 날

 

악 조건 속에서도 울산바위 산행을 하기로 하고

지도상에 등산로가 기록되어 있지 않은 산길을 택해

일곱 명의 친구들과 오르기로 하였어요.

 

암석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 사이에 놓여 있는

돌다리를 하나하나 조심스레 건너서

완만한 좁은 오솔길에 접어들어 한참을 걷다

경사진 산길을 오르자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였고

영이가 이름 부르기를 발딱 고개라고 하네요.

 

문득 하루 전날, 친구 명숙이와 다녀온

산세가 너무나 흡사한 연인산을 잠시 떠 올려보면,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최근에 알려진 연인산은,

 

천 미터 이상 되는 큰 산으로, 여덟 명의 일행은

예정 되었던 등산로와 다른 산길을 오르게 되면서

시간이 지체되어 정상까지 갈수 는 없었지만

 

늘씬하게 쭉쭉 뻗은 잣나무와 참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뒤 덮은 울창한 오지의 숲속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야생초들이 서식하고 있었고

특히 둥굴레가 많이 자라 꽃을 피우고 있었지요.

 

정상에는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란

돌비석이 서 있으며, 커다란 평 바위에 백두산 위치부터

한라산까지 방위표시를 새긴 바위 판이 새겨져 있으며

사방 전망이 시원하게 트여 봄에 피어난 화사한 철쭉이

산 능선을 타고 흐르는 모습은 절경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터전을 이루고 살던 화전민들은

감자, 옥수수를 심어 주식으로 삼았으며 산에서 벌목한 목재와

멧돼지, 노루, 등 산짐승을 사냥하여 생계를 유지하였고

 

산삼, 당귀, 황기 같은 한약재가 많이 나던 곳으로

지금도 더덕과 약초를 재배하는 서너 채 부락이 살고 있으며

 

태고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이끼 낀 암석을 타고

세찬 물줄기가 골을 타고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모습은

백룡이 하얀 불꽃을 뿜으며 포효하는 듯 장관을 이루어

발걸음을 멈추고 넋을 놓고 바라보기도 하였어요.

 

산을 거의 다 내려와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바지자락을 허벅지까지 걷어 올린 후 계곡 물에 들어서니

뼈까지 시려오는 냉기로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며

땀에 젖어있는 몸과 마음을 서늘하게 씻어 내리는

녹옥빛 맑은 물속을 들여다보며

 

특이하게 한 구루의 나무에 두 줄기의 가지가 뻗어

나란히 올라가 잔 가지가 무성하게 어우러져

한 쌍의 연인이 다정하게 붙어 있는 형상으로 자라난

나무가 유독 많이 눈에 들어오던 모습을 떠올리며

 

' 그래서 연인산인가 보네. '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어 보기도 하였지요.

...

" 잠시 쉬어가자. "하는 친구의 목소리에 멈추어 서서

산골을 타고 바위웅덩이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에 고여

돌돌돌~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 물줄기를 받아

목을 축이며 한숨을 돌리고 산세를 둘러보니

 

사방이 우뚝 솟아올라 하늘을 가린 참나무들이

우거진 틈사이로 햇살이 말갛게 쏟아져 내리는 빛을 받아

푸른 잎들은 하얗게 하늑하늑 하느작거리며

은빛 보석처럼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어요.

 

세찬 바람이 불어대면서

숲으로 가려진 산길엔 크게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나뭇가지들이 부러질 듯 휘청거리고 서로 부대끼면서

 

들려오는 소리는, 쏴 아악~ 쏴 아악~ 너울타고 밀려와

모래사장을 쓸면서 스러져가는 파도소리처럼

함성을 지르며 메아리되어 산을 쓸며 울려오건만

 

언제나 곱고 맑게 울려오던 새들의 우짖음은

아무리 귀 기울려 봐도 들려오질 않았는데,

 

  

뎅 그랑~ 뎅 그랑~두부장사 종소리에

창밖에 눈길을 주니 어느새 환하게 밝아진 시야,

햇살은 눈부시게 퍼져나가고

 

일상을 열어가는 분주한 소음은 점차 커져나며

갑자기 밀려드는 피로와 갈증으로

잠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신 후

다시 기억을 더듬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

앞서가는 사람은 발걸음이 뒤처지는 일행을 위해

군데군데 작은 돌을 세 개씩 포개놓거나

나뭇가지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눈에 띄게 쉽게

표시하여 길 안내를 하는 방식을 취한다며

곳곳에 바위가 많고 발길이 뜸하여

 

사람이 겨우 지나칠 수 있는 좁은 오솔길이라

일행을 놓치게되면 길을 잃기 쉽다고 합니다.

 

돌 틈을 비집고 진귀한 야생화가 피어나고

소철줄기처럼 퍼져 있는 고사리 풀

파도소리는 끝없이 귓가를 맴돌며 스쳐가고

마치 파도를 헤엄쳐 나가며 산을 오르는 느낌

 

형언할 수 없는 마음에 밀려드는 신비로움은

가슴에 여울져 흐르며 평온을 안겨주고

턱에 차오르던 호흡도 서서히 안정이 되면서

 

가파른 산길을 보조를 맞추며 주위를 살필 겨를 없이

암벽을 타기도 하고 줄을 타고 묵묵히 오르니

기암절벽 산봉이 드러나며 한 눈에 들어오는 시야 속에

겹겹 푸른 산들이 눈 아래 펼쳐지면서

 

아득한 저 멀리 옥빛에 잠긴 하늘과 바다

맞닿은 수평선은 황사현상으로 희미하게 드러나고

바위라도 날릴 듯 몸을 가눌 수 없도록 센 바람이 밀려와

모두 자세를 낮추고 바위를 붙들기도 하며

서로의 안전을 걱정하는 친구들,

 

울산바위 정상은 온통 흰 빛을 띤 바위가

절벽을 이루며 기기묘묘하게 어우러져 있으며

바 위 틈틈이 무릎 높이 정도로 자라난 야생 목들

 

 

 

창조주께서 일만 이천 봉 금강산을 만들기 위해

전국 도처에 준초하고 웅대하여 위용을 자랑할 만한

산들을 모두 불러 모아 자리를 채워 나가셨는데

 

해발 칠백팔십미터 반경 이키로나 되는

울산에서 웅장한 울산바위가 육중한 몸집으로

험준한 태백산령을 넘어오며 기진맥진한데다

설악의 절경에 반해 잠시 지체하다 보니

 

이미 자리가 다 차 있어 아쉬운 발길을 돌렸으나

울산으로 다시 돌아가면 웃음거리가 되리라 여겨

외설악에 중턱에 잠시 쉬었던 곳에 이르러

아주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울산바위,

 

회오리치는 바람에 몸이 가랑잎처럼 날려갈 것 같아

자세를 낮추고 서로 붙들어주며 긴장하기도 하였지만

바위틈에 누군가가 정성으로 곱게 손질하여 만들어 놓은

분재처럼 피어난 한 무더기의 흰 꽃이 곱게도 피어 있었고

 

동글동글한 돌 세 개가 탑처럼 쌓여 있기도 하며

“ 야 여기 좀 봐라. ” 한 친구의 외침에 다가가보니

가로로 중지 손가락만한 크기의 틈이 난 바위 사이에

 

황금부처상과 푸른빛이 도는 도자기로 된 향료가

신심이 돈독한 불자님이 정성을 담아 모셔 놓은 듯

정교하게 놓여 져 있는 것이 아니겠는지요.

 

정상에서 벗어나 개구리가 웃고 있는 형상의

바위 부근 평지에 자리 잡고 도시락을 먹고 난후

부군의 풀숲을 살펴보기도 하면서 하산 하는 길.

 

끊임없이 울려오는 파도소리에 산이 흔들리는 듯

출렁이고 휘청거리는 나무들의 아우성이 되울림 되고

생가지가 부러져 떨어져 내리기도 하였어요.

 

바람을 막아주는 숲길엔 비쳐드는 햇살에

하얗게 나부끼며 음영을 드리우는 나뭇잎들과

숲내음 속에 잠겨 내려오다 우측으로 들어서 걷는데

 

같은 장소에서 햇살이 밝게 비치는 소나무껍질은

얇고 고운 갈색을 띠고 있는 반면에

음지에 있는 소나무는 짙은 잿빛에 투박하고

두터운 껍질로 뒤덮여 있는 자연 속에서,

 

같은 삶을 살아가더라도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우리들의 삶에 반영해보기도 하면서

 

 

 

계곡을 타고 흐르는 시원스런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참을 가다 우측 능선 아래쪽에 시선을 주니

 

우와~ 백옥 같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다

두 줄기로 갈라지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은은한 비취빛 물결의 말굽 폭포,

 

옛날, 당나귀를 타고 가던 선비가 목이 말라

주막에서 막걸리 한 주발을 마시고 가던 중

말굽폭포를 지나는데 당나귀가

갑자기 폭포 위 고목나무위로 올라가서

 

선비더러 “ 네 이놈! 너만 목마른 줄 아느냐?

나도 목이 마르다! 의리 없는 놈. ” 하면서

폭포에 떨어드렸다는 전설이 있다 하네요.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뒷 풀이에

오늘 시 행사로 산행에 참여하지 못한 마도로스송이

참석하여 들려주는 이야기,

 

어마어마한 돌개바람이 휘몰아쳐

준비한 행사장에 천막 기둥이 넘어가면서

시민 두 명이 부상을 당하는 불상사가 생겨나

일정에 잡혀있던 양 폭 산장 산행까지

 

중도에 모든 행사가 취소되는 사태가 생겨나면서

산에 오른 친구들이 많이 걱정스러웠다 합니다.

 

해가 저물면서 종일 울부짖던 바람도

서서히 잠들어가며 평화가 찾아들고

푸른 바다가 어둠에 잠겨들면서

잔잔하게 너울져와 조용히 스러져가는 파도

 

쏴 아악~ 싸 악~

산을 울리는 파도소리가 끝없이 들려오는

자연의 오묘한 조화와 화음 속에서

 

한 점 가랑잎처럼 바람에 흔들리던 몸과 마음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들어 너울져 흐르자

 

하 아얀 물꽃이 고운 포말을 일으키며 스러져가듯이

꿈결처럼 아스름하게 피어오르는 몽롱한 숲길을

다시금 더듬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 지나는이님 - 

자연은 감상하는 태도는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의 시선에 의해 변화된다고 하였습니다.

예로부터 자연을 표현하는 언어들은

자연 그 자체의 소박함에서부터 장엄함까지

다양한 언어로 표현될 수 있으나,

그 방식에 따라 때로는 보잘 것 없는 녹색 풍경에서

山紫水明이 될 수 도 있다는 말이지요.

해밀님의 글은 아주 미세한 돌덩어리 하나도

산자수명으로 만들 수 있는 신기한 재주를 가지신 듯 합니다.

아직은 해밀님을 자주 접하지 않아

뭐라 함부로 말할 거리는 아니겠지만,

자연을 표현함에 있어서 그 시선 가만가만히 따라갈 수 있는

좋은 시간이였던 것 같습니다.

도심의 아스팔트와 메마른 사람들의 지나침에 지쳐있던 마음은

언제나 위로를 찾고는 하는데.. 위로가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2007-06-26

21:02:42

 

 



2009/03/28 12:25 2009/03/2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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