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소녀

수능 배치표와 대학서열체제


               2004년 수능 배치표와 대학서열체제



2004년 수능이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실시되었다. 몇 년 동안 입시준비에 전념해온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나고 해방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제 입시학원에서 배포되는 수능 배치표를 기준으로 자신이 지원해야 할 대학 학과를 결정해야 한다. 모두가 명문대학에 갈 수 없는 현실에서 이제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몇 년 동안 공부하느라 고생한 것도 모자라 패배감과 열등감을 겪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렇듯 수능 배치표는 입시서열화에 황폐화된 우리 교육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수능 배치표는 대학서열체제에서 발생하는 전형적 산물이다. 대학 서열이 공고히 유지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철저하게 서열대로 줄을 서야만 한다. 학생들을 줄 세우는 기준은 다름 아닌 수능시험이다. 수능시험의 성적에 따라 학생들은 줄 세워지고, 이미 줄 세워진 대학에 학생들을 배치하는 것이 배치표의 일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배치표에 따라 결정되는 자신의 서열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명문대, 또는 상위권대에 진학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가 자신이 무능력한 탓이며, 그로인한 패배감과 열등감 또한 자신이 짊어져야 할 몫인 것이다. 짊어져야 할 그 몫이 너무 힘겨워 때론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같은 비극적 선택은 입시서열화의 강요된 결과이며, 학생들이 겪고 있는 패배감과 열등감 역시 입시교육에 의한 타율적 강요의 산물이다.



입시서열을 가장 앞장서서 조장하는 첨병은 다름 아닌 배치표를 배포하는 입시 학원들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입시학원들 역시 왜곡된 입시교육의 결과적 산물에 불과할 뿐이다. 국가단위의 수능시험은 학생들을 실질적으로 서열화하는 기능을 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수능 역시 입시서열화의 수단일 뿐, 본질적 원인은 아니다. 그리하여 학생들이 수능성적에 따라 각 대학에 배치되어야 하는 근본 원인은 대학의 공고한 서열체제로부터 발생한다.



만일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지 않다면 수능시험은 학생의 다양한 재능과 적성에 따른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입시학원의 배치표 역시 학생의 재능과 적성을 실현하기에 알맞은 여건의 대학과 학과를 안내하는 기능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에 따라 입시학원은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입시기관이 아니라, 학생의 재능과 적성을 신장시키는 곳이 될 것이다. 이렇듯 대학서열이 타파된 교육의 현장에서 학생들이 열등감과 패배감을 겪어야할 어떤 이유도 발생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발견하여 꽃피게 할 수 있는 참다운 교육만이 남게 될 것이다.



대학서열의 타파는 오직 대학 평준화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평준화는 성적의 높고 낮음을 표현하는 이름이 아니라, 학생들이 참다운 교육을 받게 될 수 있는 최소한의 교육적, 제도적, 정책적 토대를 의미한다. 그리하여 수능시험의 성적과 배치표를 들고 대학과 학과에 문을 두드리는 지금의 대학서열체제 아래의 왜곡된 입시서열화의 풍경이 사라질 그 날을 위해 대학 평준화의 이념은 추구되어야 하며, 반드시 달성되어야 할 것이다.





2004년 11월 18일

학벌없는 사회

2008/12/21 10:42 2008/12/21 10:42
top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Leave a comment..